상담실에서 내담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간혹 이런 마음을 건네받을 때가 있습니다.
“선생님, 예전에 다른 곳에서 OO 상담(혹은 기법)을 받아봤는데 저한테는 별 효과가 없더라고요. 혹시 그 방법 말고 다른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을까요?”
과거의 상담에서 기대했던 만큼의 도움이 되지 않았거나, 오히려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경험이 있으시다면 특정 기법에 대해 주저함이나 거부감이 드시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솔직한 마음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마음을 다루다 보면, 같은 이름의 상담 기법이라도 누구와 함께 어떻게 나누어 가느냐에 따라 그 여정의 결이 참 많이 달라지곤 합니다.
그럴 때 저는 “어느 한쪽이 맞고 틀린 문제라기보다, ‘누구에게 어떻게 적용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라는 말씀을 가만히 건네곤 합니다.
1. 상담 기법은 ‘정해진 틀’이라기보다 ‘마음을 돕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마치 같은 악기라도 연주하는 사람의 깊이와 결에 따라 전혀 다른 울림을 내듯, 상담 기법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법 자체는 마음을 다듬는 데 도움을 주는 좋은 ‘도구’이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그 도구를 내담자의 마음 상태와 정서적 속도에 맞춰 얼마나 섬세하게 함께 나누는가에 있습니다.
단순히 기법의 순서를 차례대로 따라가는 데 그치기보다, 내담자가 지금 이 순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을 가만히 살피며 진행될 때 그 기법이 지닌 참된 온기가 전달되곤 합니다.
2. 한 가지 방식에 나를 맞추기보다, 나에게 맞는 길을 찾아가는 과정
사람의 마음은 단 하나의 이론이나 기법으로 다 담아내기 어려울 만큼 다채롭고 깊 깊습니다.
예를 들어 마음의 깊은 상처를 다루는 EMDR, 내면의 다양한 마음들을 다독이는 IFS(내면가족체계 치료), 생각과 감정의 고리를 살피는 CBT 등 여러 기법들은 저마다 참 귀한 장점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기법만을 고집하기보다는, 내담자가 살아온 삶의 맥락과 이민 생활의 어려움, 그리고 그날의 정서적 컨디션에 맞추어 유연하게 마음을 모아가는 통합적인 접근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담자가 이론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상담이 내담자의 결에 맞춰지는 것이지요.
3. 기법보다 앞서는 것은 ‘안전하다고 느끼는 연결감’입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 검증된 기법이라 할지라도, 상담사와 내담자 사이에 편안한 신뢰와 안전감이 뿌리내리지 않는다면 마음의 변화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공간에서는 내가 어떤 이야기를 꺼내어도 안전하구나”, “내 마음의 속도를 온전히 존중받고 있구나”라는 안도감이 차곡차곡 쌓일 때, 비로소 여러 기법들도 제 역할을 하며 마음의 회복을 다정하게 돕게 됩니다.
🌿 마무리하며
혹시 이전에 받았던 상담이나 특정 기법 때문에 마음의 문을 조금 닫게 되셨다면, “나에게는 상담이 잘 맞지 않나 보다” 하고 스스로를 닫아두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법의 이름이 아니라, ‘당신이라는 유일하고 소중한 존재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따뜻하게 맞추어 가느냐’일 것입니다. 지친 마음의 여정에 편안한 동반자로 곁에 머물겠습니다.
